기간제 근로자의 갱신기대권과 사용자의 갱신거절의 정당성 (서울행정법원 2012.7.12. 선고 2011구합31871 판결)
공인노무사 심국보 ·
사건의 개요
원고 근로자들은 사용자와 1년 단위의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생산직으로 근무했습니다. 이들은 2010년 설립된 전국금속노동조합의 분회 조합원으로 가입하여 쟁의행위를 포함한 노동조합 활동에 참여했습니다. 근로계약 기간 만료 시점이 다가오자, 사용자는 원고들에게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는 갱신거절을 통보했습니다. 당시 사용자는 비슷한 시기에 채용했던 생산직 근로자 12명 중, 금속노조 조합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던 원고들과 다른 근로자 1명에게만 선별적으로 계약 갱신을 거절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근로자들이 제기한 부당해고, 갱신기대권 침해, 정리해고, 부당노동행위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첫째, 근로계약서에 기간의 정함이 명시되어 있고, 이것이 형식에 불과하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으므로 무기계약으로 전환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계약기간 만료로 근로관계가 종료된 것은 해고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둘째,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될 것이라는 당사자 간의 신뢰관계가 형성되었다고 보기 어려워, 근로자들에게 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셋째, 갱신거절이 해고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정리해고의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는 살펴볼 필요가 없다고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근로자들에게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사용자의 갱신거절은 계약기간 만료 사실을 통보한 것에 불과하며, 이것이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한 불이익 취급, 즉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판결의 의의
본 판결은 기간제 근로자의 갱신기대권 인정에 대해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법원은 기간제법에 따라 사용기간이 2년으로 제한된다는 점을 오히려 갱신기대권 성립을 부정하는 근거 중 하나로 삼았습니다. 그러나 기간제법의 입법 취지가 장기 사용에 대한 규제를 통해 고용 안정을 도모하는 것임에도, 이를 2년 내 단기 계약의 갱신 기대를 차단하는 논리로 활용한 것은 비판의 소지가 있습니다. 또한, 법원은 사용자의 갱신거절을 근로기준법상 '해고'와 구별하여,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표시임에도 불구하고 해고 관련 규정(특히 정리해고)의 적용을 배제했습니다. 이로 인해 기간제 근로자들은 해고와 실질적으로 동일한 결과를 맞으면서도 해고 법리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특정 노조 조합원들만 선별적으로 계약 갱신이 거절된 정황이 있었음에도, 부당노동행위의 입증 책임을 전적으로 근로자에게 지우고 사용자의 반조합적 의사를 추정하는 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점은 근로자의 권리 구제에 높은 장벽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실무 시사점
기간제 근로자가 부당한 갱신거절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갱신기대권'의 존재를 입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에 유의하여 증거를 확보해야 합니다.
- 갱신 관행 증명: 자신과 비슷한 업무를 수행하는 다른 기간제 근로자들이 반복적으로 계약을 갱신해 온 사례가 있다면 관련 자료(동료의 근로계약서, 인사기록 등)를 확보하는 것이 좋습니다.
- 객관적 갱신 기준 확인: 취업규칙, 단체협약, 사내 공지 등에 계약 갱신에 관한 절차나 기준이 명시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관련 문서를 확보해야 합니다.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한 갱신한다'는 식의 규정은 유력한 증거가 됩니다.
- 사용자의 언행 기록: 관리자나 인사 담당자가 계약 갱신을 암시하거나 전제로 한 발언(예: "내년에도 잘해봅시다", "정규직 전환도 고려 중이다")을 했다면, 이메일, 회의록, 녹취 등의 형태로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 업무의 상시·지속성 입증: 수행하는 업무가 일시적이거나 임시적인 프로젝트가 아니라, 회사의 사업 운영에 필수적인 상시·지속적 업무라는 점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업무일지, 프로젝트 계획서 등)를 준비해야 합니다.
만약 갱신거절의 사유가 노동조합 활동, 내부 비리 고발 등 부당한 사유로 의심된다면, 그 인과관계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비조합원은 갱신되고 조합원만 거절된 사실, 부당한 행위를 지적한 직후 갱신이 거절된 정황 등을 시간 순서에 따라 구체적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이러한 증거를 바탕으로 계약 만료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관할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을 제기하여 신속하게 권리 구제 절차를 밟는 것이 바람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