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과자 해고 시, 징계해고와 통상해고의 적용 관계 (대법원 2023. 12. 28. 선고 2021두33470 판결)
공인노무사 심국보 ·
사건의 개요
한 회사의 과장급 간부사원인 근로자는 2007년부터 2017년까지 약 10년간 시행된 인사 평가에서 지속적으로 하위 등급인 C 또는 D등급을 받았습니다. 회사는 직전 3개년도 누적 인사 평가 결과가 하위 1%에 해당하는 간부사원을 대상으로 업무역량 향상 프로그램(PIP, Performance Improvement Program)을 운영하는 규정을 두고 있었습니다. 해당 근로자는 이 규정에 따라 PIP 대상자로 선정되었고, 회사는 이후 해당 근로자의 근무성적 및 역량 부족이 사회 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통상해고를 결정했습니다. 근로자는 이에 불복하여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습니다.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저성과자에 대한 통상해고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우선, 취업규칙 등에 동일한 사유가 징계해고와 통상해고 사유로 모두 규정되어 있는 경우, 이는 징계해고만 가능하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오히려 근로자에게 징계 전력이 남지 않는 등 더 유리한 통상해고의 절차를 선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해석했습니다. 즉, 회사는 징계해고 대신 통상해고를 선택할 수 있는 재량이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근무성적 불량을 이유로 한 통상해고가 정당하려면, 단순히 성과가 낮은 것을 넘어 사회 통념상 더 이상 고용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했습니다. 그러나 이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하여 근로제공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러야만 해고가 가능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회사가 징계해고의 엄격한 증명책임을 회피하고자 통상해고를 선택했다는 근로자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판결의 의의
이번 판결은 저성과를 이유로 한 해고에서 징계해고와 통상해고의 관계를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많은 회사의 취업규칙은 '근무성적이 불량한 경우'를 징계해고와 통상해고 사유로 동시에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경우 회사가 징계절차를 거치는 대신 통상해고를 하는 것이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기업의 인사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다만, 통상해고라 하더라도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 따라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함은 변함이 없습니다. 따라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 개선 기회의 부여 등 해고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한 절차적 요건은 여전히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결국 이 판결은 저성과자 해고의 절차적 선택지를 넓혀주었으나, 해고의 실체적 정당성 판단 기준 자체를 완화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실무 시사점
근로자 입장에서 '저성과'를 이유로 한 해고 통보를 받았다면 다음과 같은 점에 유의하여 대응해야 합니다. 회사가 통상해고 절차를 밟았더라도 해고의 정당성 자체는 다툴 수 있습니다.
첫째, 인사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따져봐야 합니다. 회사의 평가가 자의적이거나 불합리한 기준에 따라 이루어졌다면 이는 부당한 평가가 될 수 있습니다. 평소 자신의 업무 성과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업무일지, 프로젝트 결과물, 긍정적 평가가 담긴 이메일 등)를 꾸준히 확보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평가 결과에 이의가 있다면 공식적인 이의제기 절차를 통해 평가의 문제점을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역량 개선 프로그램(PIP)이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판례는 해고 회피 노력의 일환으로 교육이나 재배치 등 개선 기회를 부여했는지를 중요하게 봅니다. 만약 PIP가 실질적인 교육이나 기회 제공 없이 오직 해고를 위한 요식행위로 진행되었다면, 이는 해고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PIP 기간 동안 부여된 과제의 비현실성, 피드백 부재, 교육 내용의 부실함 등을 구체적으로 입증할 자료(이메일, 면담 기록, 회의록 등)를 확보해야 합니다.
이러한 증거들을 바탕으로 관할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해고의 정당성에 대한 증명책임은 사용자에게 있으므로, 근로자는 평가의 불공정성과 개선 기회가 부실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입증하여 해고의 부당함을 다투어야 합니다.